어제부터 가을? 하지만 32도라구요!

 
2025년 8월 7일 목요일은 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 ‘입추(立秋)’다. 한자로 ‘설 입(立)’에 ‘가을 추(秋)’, 가을이 문 앞에 섰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을이 왔다”는 달력의 선언과 달리, 오늘 서울 낮 기온은 31도, 대구는 34도까지 오를 전망이다. ‘가을의 첫날’이라고 믿기엔 뜨거운 햇살이 여전히 뺨을 스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은 조용히 변하고 있다. 새벽에 창문을 열면 미묘하게 달라진 공기의 결, 낮보다 길어진 그림자, 해질녘 노을 속에 번지는 황금빛이 그것을 말해준다. 조선 시대 사람들도 “입추 뒤 첫 서늘한 바람은 하늘이 계절을 바꾼 신호”라고 기록했다.
흥미로운 건, 입추를 ‘가을 준비의 날’로 여긴 옛 풍습이다. 농민들은 벼 이삭이 패는 시기를 확인하고, 태풍·가을 장마에 대비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입추를 전후해 ‘입추 절식’이라 하여 시원한 국수, 수박, 참외 등을 먹으며 더위를 이겨내고 건강을 기원했다. 지금으로 치면 ‘여름 마지막 파티’ 같은 날이었다.
기상청은 “입추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지고 대륙 고기압이 확장되면서 아침·저녁 기온이 내려간다”면서도 “이번 주말까지는 폭염과 열대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즉, 가을이 왔지만 여름이 쉽게 물러나지 않는 ‘계절 겹침 구간’이 지금이다.
입추는 오늘 하루로 끝나는 날이 아니다. 앞으로 2~3주간 낮에는 여름, 아침저녁엔 가을이 공존한다. 그러니 오늘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고, 바람 속에서 변화를 찾아보자. 바쁜 하루 속에서도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느끼는 건, 여름보다 더 짧은 ‘특별한 가을의 맛’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다.
 
기자 김이월(가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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